2025년 12월 24일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2025-12-25, G30DR
1. 서론: 위기의 임계점과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2025년 12월 24일은 한국 금융사와 거시경제 정책 운용에 있어 중대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날이다. 이날 한국의 외환시장은 심리적 마지노선이자 기술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원/달러 환율 1,480원 선을 2거래일 연속 상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위험 신호를 발산하고 있었다.1 시장 내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여 걷잡을 수 없는 자본 유출의 소용돌이(vicious cycle)로 진입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팽배해 있었으며, 이는 실물 경제의 수입 물가 상승 압력과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외환 당국(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12월 24일 개장과 동시에 전례 없는 강도의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외환보유액을 소진하여 달러를 매도하는 전통적인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의 범주를 넘어섰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장급 명의의 실명 구두 개입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함과 동시에, 개인 투자자(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 자산을 국내로 환류시키기 위한 파격적인 조세 감면 정책, 그리고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등 미시적·거시적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 ’입체적 방어선’을 구축했다.3
본 보고서는 2025년 12월 24일 단행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조치를 학술적이고 실무적인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다. 분석의 초점은 단순히 당일의 시장 움직임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번 사태를 촉발한 구조적 원인인 ’내국인의 해외 투자 급증’과 ’글로벌 달러 강세의 역설’을 규명하는 데 있다. 또한, 정부가 내놓은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라는 초유의 정책이 가지는 정치경제학적 함의와 시장 왜곡 가능성, 그리고 향후 2026년 한국 경제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전망한다. 이를 통해 이번 개입이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를 냉철하게 진단하고자 한다.
2. 거시경제적 배경: ’강달러의 역설’과 한국형 수급 불균형
2025년 말 한국 외환시장이 직면한 위기는 대외적인 글로벌 요인과 대내적인 수급 구조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기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달러 강세 현상과 한국 내부의 자본 유출 가속화는 원화 가치를 펀더멘털 이하로 끌어내리는 핵심 기제로 작동했다.
2.1 글로벌 금융 환경: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와 달러의 독주
2025년 12월 기준,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론적 예측을 벗어난 ’이례적 현상’에 직면해 있었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화 가치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2025년의 상황은 달랐다.
2.1.1 연준의 금리 인하와 시장의 불일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5년 하반기 들어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25bp씩 인하하며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선회했다.6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노동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임에 따라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교과서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 하락은 달러 자산의 기대 수익률을 낮추어 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달러 약세와 신흥국 통화 강세를 유발해야 했다.
2.1.2 미국 경제의 독보적 성장과 디커플링
그러나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보다 미국 실물 경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주목했다. 2025년 3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연율 4.3%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3.8%를 크게 상회했다.8 반면 유로존은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중국은 구조적인 부동산 부실과 내수 부진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일본 엔화 역시 일본은행(BOJ)의 소극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10
이러한 주요국 간의 경제 체력 격차(Fundamental Gap)는 ’미국 예외주의’를 강화시켰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리가 조금 낮아지더라도, 여전히 성장성이 높고 안전한 미국 시장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했다. 그 결과 달러 인덱스(DXY)는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97~98선의 높은 레벨을 유지하며 하방 경직성을 보였다.9 이는 원화를 비롯한 주변국 통화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는 대외적 모멘텀을 차단하는 강력한 장벽으로 작용했다.
2.2 한국 내부의 구조적 변화: ’서학개미’와 자본 수지의 악화
글로벌 달러 강세가 ’상수’였다면, 원화 약세를 가속화시킨 ’변수’는 한국 내부의 수급 구조 변화였다. 과거 한국의 외환 위기가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이탈(Sudden Stop)에서 비롯되었다면, 2025년의 위기는 내국인, 그중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Capital Flight)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2.2.1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괴리
한국은 여전히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을 중심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기업과 개인이 벌어들인 달러는 국내로 환류되지 않고 해외에 재투자되었다.
- 기업: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대응을 위해 미국 등 해외 현지 공장 건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달러 유출이 지속되었다.
- 개인: 국내 증시(KOSPI)의 장기 박스권 행보와 낮은 주주 환원율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대거 미국 주식 시장으로 이탈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한국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 잔액은 약 1,611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12
이들은 특히 나스닥의 기술주나 레버리지 ETF와 같은 고변동성·고수익 자산을 선호하며, 환율이 오르는 국면에서도 환차익을 기대하며 달러 자산을 매도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매수하는 행태를 보였다.13 이는 환율 상승 시 수출 업체나 투자자가 달러를 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던 자율 조정 기능(Stabilizing Mechanism)을 마비시켰다.
2.2.2 수급의 쏠림과 심리적 공포
이러한 구조적 수급 불균형은 시장 심리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12월 22일과 23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연이어 돌파하자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1,500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고착화되었다.1 수입 업체들은 결제 대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달러 매수(Leading)에 나섰고, 수출 업체들은 더 높은 환율을 기대하며 달러 매도(Lagging)를 지연시켰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유동성을 고갈시키고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3. 2025년 12월 24일 외환시장 개입의 전개 과정
정부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실물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12월 24일을 기점으로 시장의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날의 개입은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다층적으로 전개되었다.
3.1 개장 직후: 이례적인 실명 구두 개입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한 오전 9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3원 상승한 1,484.9원에 출발하며 연고점을 경신할 기세였다.3 바로 그 시각, 기획재정부 김재환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윤경수 국제국장 명의의 공동 메시지가 긴급 타전되었다.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다.” 2
이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 실명 공개: 통상적인 “외환 당국 관계자“라는 익명성을 탈피하고, 외환 정책을 총괄하는 양대 기관의 국장급 실명을 명시함으로써 메시지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극대화했다.
- 구체적 위협: 단순한 우려 표명을 넘어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는, 구두 개입 뒤에 실질적인 물리적 개입 수단(Action Plan)이 준비되어 있음을 암시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의 발언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경고로 평가되었다.4
- 사전 조율: “지난 1~2주간 상황을 정비했다“는 문구는 이번 조치가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된 반격’임을 시사하여 시장 투기 세력의 의지를 꺾었다.
3.2 [09:05~] 대통령실의 지원 사격과 정책의 ‘변곡점’ 선언
구두 개입의 효과를 배가시킨 것은 대통령실의 즉각적인 지원 사격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발언하며 정책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켰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다. 오늘부터 좀 달라질 것이다.” 1
김 실장의 발언은 이날을 기점으로 정부의 환율 대응 기조가 ’방어적 모니터링’에서 ’적극적 개입 및 시장 안정화’로 전환되는 ’변곡점(Turning Point)’임을 공식화했다. 이는 관료 조직의 움직임이 최고 통치권자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음을 시장에 확인시켜 줌으로써 정책의 신뢰도를 높였다.
3.3 [오전 중] ’당근’의 제시: 서학개미 대상 세제 혜택 발표
구두 개입으로 시장의 기세를 꺾은 직후, 기획재정부는 환율 안정의 실질적인 수단(Action)으로서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한시적 감면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자금 환류를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 접근이었다.4
3.3.1 정책의 핵심 내용 (리쇼어링 투자 계좌 도입)
정부는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세금 혜택을 부여하는 ‘리쇼어링 투자 계좌(Reshoring Investment Account, RIA)’ 제도를 신설했다.5
| 구분 | 주요 내용 |
|---|---|
| 대상 요건 | 2025년 12월 23일까지 보유한 해외 주식을 매도한 개인 투자자 |
| 의무 기간 | 해외 주식 매도 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여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투자 |
| 세제 혜택 | 양도소득세(22%) 전액 또는 부분 면제 (한도: 매도 대금 5,000만 원) |
| 차등 적용 | 2026년 1분기 내 복귀 시 100% 면제, 2분기 80%, 하반기 50% 감면 |
이 정책은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원화를 매수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책(Carrot)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1분기 내 복귀 시 100% 면제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은, 연말연시 환율 불안 시기에 집중적인 달러 공급을 유도하여 단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전략적 포석이었다.
3.4 [오후] 기관의 참전: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공조
정부는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시장판의 고래’인 국민연금공단(NPS)을 외환시장 안정판으로 활용했다.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의 외환 스왑(FX Swap) 라인을 재가동하고,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10
- 환헤지의 메커니즘: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한다는 것은, 미래에 수취할 달러를 현재 시점에서 미리 매도하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함을 의미한다. 이는 선물환 시장에 대규모 달러 공급 효과를 일으키고, 이는 재정거래 유인을 통해 현물환 시장의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 외환 스왑의 효과: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필요한 달러를 현물 시장에서 직접 매수하지 않고,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스왑 거래로 빌려 씀으로써 현물 시장의 달러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외환보유액의 장부상 감소 없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4. 시장의 반응과 파급 효과: 패닉 바잉에서 패닉 셀링으로
정부의 전방위적인 개입은 시장에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2월 24일 하루 동안 서울 외환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며 공포 심리가 환호와 당혹감으로 뒤바뀌는 드라마틱한 양상을 보였다.
4.1 원/달러 환율의 수직 낙하
1,485원에 육박하며 출발했던 환율은 당국의 구두 개입 직후 급락세로 전환했다. 오전 9시 5분경 이미 1,465원대로 20원 가까이 폭락했고, 이후 세제 혜택 등 구체적인 정책 재료가 소화되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표 1] 2025년 12월 24일 서울 외환시장 주요 지표
| 지표 | 수치 (원) | 변동폭 | 비고 |
|---|---|---|---|
| 시가 (Open) | 1,484.9 | +1.3 | 연중 최고치 개장, 상승 출발 |
| 고가 (High) | 1,484.9 | - | 개장가가 곧 당일 고점 형성 |
| 저가 (Low) | 1,446.7 | -38.2 | 장중 패닉 셀링으로 1,440원대 진입 |
| 종가 (Close) | 1,449.8 | -33.8 | 전일 대비 1.7% 급락, 1,450원 하회 마감 |
이날의 하락폭(-33.8원)은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약 3년 1개월 만에 기록된 최대 낙폭이었다.17 이는 시장 내에 쌓여있던 달러 매수 포지션(Long Position)이 일시에 청산(Unwinding)되면서 발생한 쏠림 현상의 반작용이었다.
4.2 실물 시장의 혼란: 은행권 달러 고갈 사태
환율의 급락은 개인들의 외환 거래 행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환율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를 보유(Hoarding)하던 개인들이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하여 일제히 은행으로 달려가 달러를 매도하거나, 반대로 “환율이 많이 싸졌다“고 판단한 여행객들의 환전 수요가 겹치면서 은행 창구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특히 서울 강남의 하나은행 지점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 거점 점포에서는 100달러 지폐 실물 재고가 바닥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17 은행 측은 “고객들의 환전 요청이 폭주하여 달러가 고갈되었으며, 다음 주나 되어야 재고가 확보될 것“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어야 했다. 이는 외환시장의 펀더멘털보다는 군중 심리(Herding Behavior)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4.3 주식시장의 반응: 안도와 경계의 공존
주식시장(KOSPI)은 환율 안정이라는 호재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며 복합적인 반응을 보였다.
- 외국인 수급: 환율 급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환차익 유인을 제공하여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이는 장 초반 코스피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 국내 기관 및 개인: 세제 혜택에 따른 자금 유입 기대감으로 투자 심리가 일부 개선되었으나, 급격한 환율 변동성이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관망세가 유지되었다.
- 결과: 코스피는 장중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전일 대비 소폭 하락(-8.70p)한 4,108.62에 마감했다.18 이는 환율 정책의 효과가 주식시장으로 전이되는 데에는 시차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5. 정책 심층 분석: 서학개미 세제 혜택의 논리와 쟁점
이번 12.24 대책의 백미는 단연 ’해외 주식 양도세 면제’다. 이는 외환 정책의 수단을 전통적인 금융 규제에서 조세 정책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실험적인 조치로 평가받는다.
5.1 정책의 메커니즘: Flow를 통한 시장 제어
전통적인 외환 개입은 정부가 보유한 외환보유액(Stock)을 소진하여 시장 가격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는 “외환 곶간을 비운다“는 비판과 투기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될 위험을 수반한다. 반면, 이번 세제 혜택은 민간이 보유한 막대한 달러 자산을 시장에 쏟아내게 만드는 ‘자금 흐름(Flow)’ 유도 정책이다.
- 잠재력: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보관 잔액 약 1,600억 달러 중 5%만 환류되어도 약 80억 달러의 매도 물량이 시장에 공급된다.12 이는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쓰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지속적인 환율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 비용 효율성: 정부 입장에서는 외환보유액을 아끼면서, 어차피 해외 재투자로 인해 징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방식으로 정책 비용을 최소화했다.
5.2 사회적 논란: ’부자 감세’와 형평성 시비
그러나 이 정책은 즉각적인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핵심은 ’조세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였다.
- 국내 투자자(동학개미)의 역차별: 국내 주식 시장의 부진으로 손실을 감내해 온 동학개미들은, 해외 투자로 수익을 낸 사람들에게 세금까지 깎아주는 정부 조치에 대해 강한 박탈감을 표출했다. “애국심으로 국내 주식을 지킨 사람은 바보가 되고, 달러 유출을 주도한 사람은 상을 받는다“는 비판이 쇄도했다.15
- 부자 감세 프레임: 해외 주식 투자자, 특히 5,000만 원 이상의 매도 대금을 굴릴 수 있는 계층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나 자산가일 확률이 높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두고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한 우회적인 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19
- 정책 일관성 훼손: 불과 한 달 전까지 정부는 해외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Stick)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반대의 인센티브(Carrot)를 내놓은 것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향후 위기 시에도 투자자들이 “버티면 혜택을 준다“는 학습 효과를 얻게 할 위험이 있다.18
5.3 실효성 분석: 체리 피킹의 위험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투자자들이 세금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리 피킹(Cherry Picking)’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선별적 매도: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전체를 청산하기보다는, 면세 한도(5,000만 원) 내에서 수익이 많이 난 종목만 선별적으로 매도하고, 나머지 주력 자산(예: 엔비디아, 테슬라 등 장기 유망 종목)은 계속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15
- 국내 증시의 매력도: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더라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외에 매력적인 투자처가 부족하다면 1년의 의무 보유 기간만 채우고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는 환율 불안을 1년 뒤로 이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6. 향후 전망 및 시나리오 분석
12월 24일의 조치로 급한 불은 꺼졌으나, 한국 외환시장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환율의 향방은 단기적인 정책 효과와 중장기적인 거시경제 펀더멘털의 싸움으로 결정될 것이다.
6.1 단기 전망 (2026년 1분기): 안정 속의 탐색전
당국의 강력한 개입 의지가 확인된 이상, 투기 세력이 당분간 1,480원을 다시 테스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6년 1분기까지는 세제 혜택을 노린 대기 매물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이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 ~ 1,460원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지지 요인: 1,430원 선에서는 저가 매수를 노리는 수입 업체의 결제 수요가 하단을 지지할 것이다.
- 저항 요인: 1,460원 위에서는 정부의 추가 개입 경계감과 수출 업체의 네고 물량이 상단을 제한할 것이다.
6.2 중장기 전망 (2026년 하반기 이후): 펀더멘털로의 회귀
세제 혜택의 약발이 떨어지는 2026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거시경제 펀더멘털이 환율을 결정할 것이다.
- 한미 금리차: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한국은행 역시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금리를 동반 인하할 경우, 금리 역전폭은 좁혀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 무역 구조: 반도체 경기가 둔화되거나 대중국 수출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는 만성적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6.3 시나리오별 예측
| 시나리오 | 가정 상황 | 예상 환율 범위 | 확률 |
|---|---|---|---|
| 낙관적 시나리오 | RIA 자금의 대규모 유입 성공 + 반도체 슈퍼사이클 재진입 + 코스피 5,000 포인트 도전 13 | 1,350원 ~ 1,400원 | 30% |
| 중립적 시나리오 | 세제 혜택의 제한적 성공 + 미 연준의 완만한 금리 인하 + 글로벌 경기 연착륙 | 1,420원 ~ 1,470원 | 50% |
| 비관적 시나리오 | 지정학적 리스크 발발(유가 급등) + 국내 경기 침체 + 정책 신뢰도 상실 | 1,500원 상향 돌파 | 20% |
7. 결론: ’시간 벌기’를 넘어선 근본적 체질 개선의 필요성
2025년 12월 24일 단행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단순한 시장 조작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방파제를 지키기 위한 ’총력 방어전’이었다. 정부는 구두 개입이라는 심리전과 세제 혜택이라는 실탄을 동시에 사용하여 시장의 흐름을 단기적으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서학개미’를 정책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인센티브를 통해 자본 흐름을 제어하려 한 시도는 정책적 유연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본질은 ’시간 벌기(Buying Time)’다. 세금을 깎아주어 달러를 불러들이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1년 뒤 혜택이 종료되면 자금은 다시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떠날 것이다. 환율 1,400원 시대가 ’뉴노멀(New Normal)’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 확보한 골든타임을 활용하여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
결국 해법은 ’국내 주식 시장의 밸류업(Value-up)’에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강화, 그리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세금 혜택이 없어도 투자하고 싶은 시장“을 만드는 것만이 서학개미를 동학개미로,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를 장기 투자자로 머물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의 “말이 아닌 행동“은 이제 외환시장 개입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라는 더 어렵고 근본적인 과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8. 참고 자료
- 경고장에 당근책까지…외환당국 ‘능력’ 드러내자 환율 뚝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1224103700002
- Authorities intervene in FX market, exchange rate drops to 1450-won range, https://www.koreatimes.co.kr/amp/economy/policy/20251224/authorities-intervene-in-fx-market-exchange-rate-drops-to-1450-won-range
- 외환당국 “원화 과도한 약세 바람직하지 않아”…구두개입,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51224/133028456/2
- 경고장에 당근책까지…외환당국 ‘능력’ 드러내자 환율 뚝, https://www.yna.co.kr/amp/view/AKR20251224103700002
- Tax Support Measures to Revitalize the Domestic Capital Market and Mitigate Structural Supply-Demand Imbalances in the FX Market - Ministry of Economy and Finance, https://english.moef.go.kr/pc/selectTbPressCenterDtl.do?boardCd=N0001&seq=6321
- Meeting on Macroeconomic and Financial Stability (Dec.11, 2025) - Ministry of Economy and Finance, http://english.moef.go.kr/ec/selectTbEconomicDtl.do?boardCd=E0005&seq=6314
- The Fed - FOMC meeting commentary December 2025 - Nuveen, https://www.nuveen.com/en-us/insights/investment-outlook/fed-update
- Dollar Index Ends Little Changed, But Bearish Sentiment Continues, https://www.nasdaq.com/articles/dollar-index-ends-little-changed-bearish-sentiment-contin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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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 the won fell to the 1,480 won level per dollar, the government took out a tax benefit card for so.., https://www.mk.co.kr/en/economy/11512001
- Won jumps after tough jawboning as Korea dangles tax breaks to lure back US stock investors, https://www.kedglobal.com/foreign-exchange/newsView/ked202512240004
- [2보] 외환당국 “원화 약세 바람직 않아…정부 능력 곧 보게될 것”, https://www.yna.co.kr/view/AKR20251224032100002
- Tax Exemption Spurs Shift from Overseas to Domestic Stocks,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5/12/24/OGRYTRYTOFGLTFTH55E7XQS4DI/
- South Korean Won Hits Over 1-Month High - Trading Economics,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news/512275
- Gangnam Hana Bank Depletes 100 USD Bills as Exchange Rate Drops,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5/12/24/DPVN52MFXBCOFKBB5LGYMCADXI/
- 22% Tax Exemption Lures Seohak Dollars Home,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5/12/25/ZYKVUMNQS5HLJMYF6JFZPVQY5Y/
- Opposition Gains Ground Against Proposed Tax Reforms and Policy Changes in South Korea, https://www.alm.com/press_release/alm-intelligence-updates-verdictsearch/?s-news-15032236-2025-11-30-opposition-gains-ground-against-proposed-tax-reforms-and-policy-changes-in-south-korea
- If the government sells overseas stocks and invests in domestic stocks, it has come up with a policy.., https://www.mk.co.kr/en/politics/11505906